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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잘해줄때 잘하자

by 김쟁구뿅뿅이 2018. 10. 29.

23살, 벌써 6년 전이다. 군에 입대 하고 배치 받아서 이래저래 적응 하던 시기였다. 해병대 였으니 똥군기, 악습 같은 거 상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다시피 군대나 회사, 계급과 직급이 있는 상황에서는 넘어선 안되는 선 이있다. 아무리 편하고 친해져도 말이다.

나랑 친했던 선임이 항상 웃으면서 우스갯소리로 "잘 해 줄때 잘 해야 한다" 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이 살짝 왜곡 되었을지도 모르겠는 건, 그 편하고 잘해주고 친했던 선임이 "악마" 로 변하고서 저 말을 했었는지, 친할 때 했었는지 가물가물 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강 하나를 넘으면 북한이 보이는 전방 소초에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캄캄한 새벽에 나는 평소처럼 손목시계를 귀에붙이고 그 작디작은 알람소리에 깨어서는 나랑 친한, 굳이 잘해주는 선임을 깨웠다.

잘해주던 선임이 초장, 내가 초병으로 같이 근무를 나가는데 내 이름이 적힌 판쵸우의, 그러니까 사회로 말하면 "우비" 가 없어진 것이다.

군 보급품에 니꺼 내꺼 없지만 이병 찌끄래기가 할 수 있는 건, 그 상황에서 선임 거라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늘같았던 선임 우의를 입을 수는 없고(입으면 다음날..) 그렇다고 판쵸우의를 안 입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 에 빠진 것 이다. 왜냐하면 군대는 "비가오면 우의를 입는 것이 명령이자 법" 이기 때문이다.

교대 시간은 다 되가서 시간은 없는데 그 선임이 빨리 아무거나 입고 가자고 재촉했다. 나는 뭐라했는지 기억은 가물한데 궁시렁거렸다. 결국 아무거나 입었는데, 궁시렁 거렸던게 화근이 되어 선임한테 찍혀서는 군생활이 꼬였던 기억이 있었다.

전역한지 3년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같이 일하는 형이 이 말을 했다.

"잘해줄때 잘해라"

순간 소름이 돋았다. 군대에서만 듣던 '이 단어가 돌고도는 단어였구나..'

단어 안에 내포 되 있는 뜻 을 추측하면 이렇다.

잘해줄때 잘해라 = 선 넘지말고 눈치껏 행동하고 항상 긴장해라. 지켜보고 있다.

인간관계란 복잡 미묘하다.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누구든 멀어진다. 무너진 탑을 다시 쌓으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꼭 계급과 직위 뿐만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엔 기본적인 매너와 예의가 필요하다.

연인 및 친구 관계, 심지어 가족 관계 에서도 마찬가지다. 싸우고 잔소리하고 뭐라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다. 이 글 쓰면서 다시한번 상기된다. 난 지금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엄하게 채찍을 쳐야 다른사람한테 채찍을 맞지 않는 법이다.

특히나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 즉 "사회성" 없이는 할 수 있는게 아무 것 도 없다.

그러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잘해 줄 때 잘하자. 다시한번 말하지만 무너진 외양간 고치는 게 갑절로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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